키보드 앞의 블로거
히치하이커님의 ‘블로그 세상과 현실 세계’, 그리고 민노씨의 ‘무력한 블로그 – ‘방구석 좌파‘에 대한 단상’를 읽고 현실과 블로깅에 대해 조금 생각해본 것을 적었습니다.
저는 어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이자 블로거입니다. 이곳에 올리는 내용 대부분은 제 삶과 제 생각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에 관련된 이야기는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키보드 앞에 않았을 때의 저는 ‘블로거‘일 뿐, 수험생이라는 신분은 뒤켠으로 물러납니다. 어떤 의미에서 저는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포스팅을 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저는 웹에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좋은 블로그를 발견하는 것을 가장 큰 즐거움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로 뒤덮인 웹이라는 거친 바다에서 그런 블로그들은 잠시 정박해서 쉬어갈만한 아름다운 항구같은 곳입니다. 그곳에 머무르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은 나도 블로거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주변인일 때는 몰랐던 사람들 사이의 밀도있고, 촘촘한 이야기들을 지켜보고, 이제는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중에서도 블로그와 관련한 대화가 이제는 가장 흥미롭습니다. 그것은 제가 ‘블로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현실의 직업 혹은 신분(또는 나이)에 기반한 만남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오프모임에 나가게 되면 그때는 현실의 직업이 대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할 수는 있겠지만요.
시험이라는 관문을 지나간다 해도 글쎄요, 이곳에서 직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도 미미하지 않을까요. 그때도 지금처럼 키보드를 두들기고,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무형의 공론장을 만끽하는 재미에 빠져있을 거 같습니다. 웹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제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다른 블로거의 삶과 생각들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적을 소재는 마르지 않을 겁니다.
블로그와 현실의 문제를 좀더 심화해서, 블로그에서 나타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그것이 현실의 행동으로 이어져야 의미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 지식인들만이 누리던 지면 논쟁, 곧 공론장의 모델을 블로고스피어(또는 블로그스피어)에서 발견하고 있습니다. 지식인이 아니면서 그리고 금전적 부담을 통한 독점 지면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고급 살롱에서만 이루어지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블로그스피어라는 곳에서 우리의 입을 통해 오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무척 활발하게요. 저는 우리의 정치인들이 딱 지금 수준인 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내보이는 정치학습의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힘 가운데 수많은 클럽 또는 시민단체같은 소규모 민주주의 학습의 장이 가장 부럽습니다. 다시 블로그를 돌아보면, 저는 중요한 민주주의의 성숙이 블로그를 통해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처럼 무조건 거리로 달려나가야만, 행동으로 옮겨야만 의미있다고 보던 것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것이 현실에서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분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비춰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민노씨의 의견 가운데 일부분을 조금 인용해봅니다.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고, 정치인들을 비판하고,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스스로 이야기하고, 그렇게 관계적인 마인드를 형성하는 이 모든 것이 저는 경이롭습니다. 어떤 시대에 이것이 가능했습니까? 어떤 시대에 이렇게 일상적으로 정치적인 잠재력을 표출할 수 있었습니까? -무력한 블로그 – ‘방구석 좌파‘에 대한 단상
일방으로 전달되는 기존 미디어의 단방향 소통에는 얼마나 많은 권력이 스며져 있습니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부재했기 때문에 저는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블로그에 답글을 달고 짤막한 공감을 표시하는 행위에는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시간과 성숙이 반드시 필요한 소통과 민주주의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봐요. 저는 선배들의 거리투쟁에 쭈뼜쭈뼜하던 부끄러운 소시민이었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적는 것 이상의 의미단계를 위해, 꼭 현실에서의 움직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조건은 저같은 소시민 블로거로서는 세상이 바뀌었어도 기운이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소통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많은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힘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상깊게 읽은 어떤 작가(Joachim Fest)의 수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의미가 축소됨을 우려하면서도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키보드 앞의 블로거, 그가 진짜 블로거다“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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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글을 쓰는 순간들의 호흡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그 사유의 흐름들을 느낄 수 있는 건, 그 사유들이 서로 다른 빛깔을 만들어내며 섞이는 건 참 즐거운 체험인 것 같습니다.
멋진 글 트랙백 보내주셔서 고맙구요.
제 졸문도 트랙백 보냅니다. : ) 2007. 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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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네
#. 이 글은 히치하이커님께서 쓰신 블로그 세상과 현실세계에 대한 제 간단한 대답입니다. 1. 블로그 세상과 현실 세계의 괴리 블로그 세상의 주된 여론대로라면 지금 이 땅에서 떵떵거리는 ... 2007. 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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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usion Laboratory™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블로그를 주로 하는 가상 세계의 모습을 비교하는 것은 꽤나 우습고 서글픈 일이다. 블로그 세상의 주된 여론대로라면... 2007. 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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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하이커
저도 자유로운 소통의 창구가 하나 늘어났다는 점에선 블로그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 2007. 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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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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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트랙백과 답글 감사합니다~^ ^; 2007. 0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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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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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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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근데, 워낙에 그런 분위기로 오래 되어오다보니 바꾸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 2007. 0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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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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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군
제 삶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주제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면서 여러 블로거들의 생각까지 나눌 수 있었던 좋은 포스팅이었습니다. ^^; 2007. 0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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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말씀 감사합니다.^ ^ 2007. 0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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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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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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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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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