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시뮬레이션, 그리고 나
어디가서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웃곤 하지만, 나는 ‘비행기‘가 좋아서 공군에 지원했었다.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냥 좋았으니까. 그런데 그 ‘그냥‘이라는 말에도 멀리 뿌리는 있다. (지금도 여행보다는 비행기를 타는 그 자체가 더 좋고, 하늘로 떠나길 기다리는 공항의 분위기가 더 좋다.)
비행기에 대한 동경이 생겼던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마 플라이트 시뮬레이션(Flight Simulation) 게임을 처음 접한 즈음일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니고 있던 컴퓨터 학원에서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옆자리 한 대학생 형이 흑백화면에서 무슨 계기판같은 것을 조종하고 있었는데, 키보드 한켠에는 두툼한 F-19라는 이름이 적힌 책(매뉴얼)도 있었다.
그날 나는 생애 첫 플라이트 시뮬레이션 게임인 F-19 Stealth Fighter를 접했다. 흑백화면에서 하늘을 낮게 날고 있던 그 까만 비행기는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뚫어져라 옆에서 쳐다보는 내가 신기했는지, 그 형은 매뉴얼을 선뜻 빌려주었고 난 그날 밤 매뉴얼을 읽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요즘과는 달리 예전 게임의 매뉴얼은 굉장히 두툼했다.) 그 뒤 한동안 키보드(!)로 F-19를 조종했는데, 모니터 속에서 비행기를 띄우고 돌아다니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착륙은 키보드로 하기에는 항상 어려운 일이었고, 30여분을 비행하고도 착륙에서 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F-19는 지금은 F-117로 알려진 전폭기의 코드네임이었고, 당시엔 실물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에 묘사된 모습은 많이 달랐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비행 시뮬레이션의 명작이라는 Falcon 3.0을 접했고, 제대하고서는 Falcon 4.0이 내 곁에 있었다. 그리고 혼자 하는 비행이 아닌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온라인 가상 비행단(VAFA)에서도 활동했다. 기본 비행, 그리고 각종 무기 운용에 이르기까지 게임 하나를 위해 전공서적과 같은 책들을 읽고, PDF로 출력해서 보곤 했다. 내가 복무했던 비행장에서도 게임과 같은 (K)F-16을 운용했기 때문에 한결 배우는 것이 편하게 느껴졌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사람들과 같이 온라인에서 만나 비행을 하곤 했다.
교신이 필수였기 때문에 헤드셋과 키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스틱이 필요했다. F-16 실기의 스틱과 쓰로틀을 본뜬 FLCS와 TQS는 좀더 쾌적한 조작을 도와줬고 거의 키보드에 손을 댈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브리핑을 했고, 미션을 수행하고 나서는 기록(log)을 남겼다. 현실처럼 몸을 압박하는 G-Force는 없었지만, 작은 모니터 화면 속에서 가상 조종사들은 밤의 하늘을 맘껐 즐겼다. 종종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도 우리는 같이 비행하는 것만으로도 밤이 짧았다. 이제 그 기억들은 많지 않은 스크린샷 속에 남아 있지만, 여전히 우리의 꿈들은 반짝이고 있다.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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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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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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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h5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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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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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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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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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여자 가상 조종사들은 없었나요?
모습이 너무 정겹습니다.
그 중에 미투로그 문패로 쓰는 사진이 있었군요. : ) 2007.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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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언젠가 다시 시간과 여건이 되면 꼭 다시 돌아아고픈 곳이에요. 지금은 그때 같이 비행하던 분들이 운영진으로 계시더라고요. 정겨운 곳 맞습니다. ^ ^ 2007. 0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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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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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