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Macintosh -파워맥7220/200

2007. 03. 22.

처음 매킨토시를 구입했던 97년에는 지금처럼 개인 용도로 매킨토시를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PC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지만, 그 땐 다들 매킨토시가 출판, 디자인 전문 컴퓨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신문을 보다가 본 엘렉스 컴퓨터 광고는(지금은 애플코리아가 판매하지만, 그전에는 엘렉스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정식으로 유통했었지요) PC만 알고 있던 제게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외관은 PC랑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어딘가 세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디자인이었고, 무지개색의 빨간 사과 로고는 컴퓨터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을 사라지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살면서 처음 매킨토시를 직접 보았을 때의 느낌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당시 엘렉스 매장에는 파워맥7300과 9600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던 파워맥7300의 화면이 보여주는 맥OS 7.5는 이런 운영체제가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쉬워 보였습니다. 9600 기종에는 AppleVision 19인치 모니터가 달려있었는데, 지금처럼 큰 크기의 모니터가 일반화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말 경이적인 크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PC와는 다른 고해상도 화면에서 예쁘게 배열되어 있던 아이콘들은, 가히 예술적인 컴퓨터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사실 파워맥 7220은 파워맥 라인의 이단적인 존재입니다. 가격 절감을 위해 PC의 메인보드에 토대를 둔 탄자니아 보드를 사용했고, 역시 PC쪽에서 많이 쓰던 IDE하드와 CD-ROM을 탑재했습니다.(당시 파워맥은 SCSI인터페이스가 기본이었지요). 파워맥7220은 오리지널 파워맥이라기보단 애플이 다른 회사도 맥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을 때 나왔던 클론기종들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죠. 실제로 7220과 완전히 동일한 스펙을 가진 Starmax 3000라는 클론이 있었습니다. 전시장에서 본 파워맥7300을 사고 싶었지만, 가격에 놀라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350만원 정도로 기억)

하지만 나름대로 쓸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던 PowerPC 603e 200Mhz 을 탑재해서 천리안, 그리고 PPP를 이용한 인터넷도 잘 썼습니다. 물론 지금 기준에서 보면 턱없이 느리지만요. 그리고 이 기종은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와 일부국가에서는 7220이라는 모델명으로 판매되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PowerMac 4400으로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맥마당(잡지)이 지금보다 훨씬 내용도 알차고, 두꺼웠습니다. 정기구독은 아니었지만, 자주 사서 재미있게 보았던 게 떠오릅니다. 맥월드 한국어판도 있어서 인터넷으로 못 보던 기사들도 접할 수 있었지요. 지금은 OS X으로 변경되었지만, 한때는 코플랜드(Copland)란 코드네임의 꿈같은 운영체제를 기다렸습니다. 아무 결과도 없이 자금과 시간만 낭비한 프로젝트로 끝났지만…맥 유저의 마음속에는 윈도우에 카운터 펀치를 날릴 수 있었을만한 운영체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파워맥 7220은 잔고장 한번 없이 하드만 고용량으로 교체하면서 사용하다가 다른 분께 양도했었습니다. 그때 애플제품의 품질은 정말 신뢰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때의 ADB 키보드와 마우스는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지개색 애플로고와 Apple Garamond서체는 오랫동안 높은 품질의 상징이었습니다. Beige시절의 애플 매킨토시와 같은 하드웨어를 오늘날에도 보고 싶은 바램입니다.

- 가즈랑

나의 첫번째 Macintosh -파워맥7220/200 & 대화들

  1. 저는 매킨토시 클래식이 맥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9인치 흑백이지만 그 깜찍하고 귀여운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2007. 03. 22.
  2. 제 첫 맥은 LCII지만, 생각해보니 7220도 사용한 경험이 있군요. 당시에는 비교적 저가의 맥이라 업체에서 많이들 사용하곤 했었습니다. 추억어린 기종이군요~ 2007. 03. 23.
  3. #

    가즈랑

    신승식님 / 저는 아직 맥 클래식 기종이나 컬러 클래식을 본 적이 없지만, 어떤 느낌일지는 짐작이 됩니다. 인간중심의 친근한 OS가 아기자기한 본체에 들어있는 모습이.^^

    FineApple님 / 피자박스도 정말 인기있는 기종 중 하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 슬림한 모습은 정말이지..예전 학교에서 책만드는 일때문에 홍대 근처 기획사를 갔는데 온통 맥 천지라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7. 03. 23.
  4. 저도 첫 맥이 7200이었어요. 첫 맥이자 첫 컴퓨터.
    완전 컴맹이었는데 처음으로 맥을 접했지요 ㅋㅋ 조금은 특이한 케이스.
    이때는 파인더의 하드디스크를 휴지통에 버릴수가 있었지요. 당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ㅠㅠ 2007. 03. 27.
  5. #

    가즈랑

    파워맥 7220과 7200은 조금 다른 기종인데.^^
    7220은 저렴한 가격과 쓸만한 성능으로 상당수가 팔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는 휴지통의 불룩한 모습도 참 예뻤는데, 하드디스크까지도 잡아먹는 괴물이었군요.ㅋㅋ 2007.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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