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물생심
매킨토시를 사용하게 되면 여러가지 유혹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가히 돈 잡아먹는 기계라고 할만 합니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뛰어난 코코아(Cocoa) 응용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싶고, 맥의 독특한 디자인에 어울리는 (상대적으로 비싼) 주변기기를 쓰고 싶어집니다. 아, 음악도 iPod으로 들어야 하고요. :) 그중에도 가장 강력하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은 새로 출시된 기종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맥의 운영체제 Mac OS X 자체는 구기종이나 최신기종이나 비슷한 체감속도로 돌아갑니다(초기 버전의 OS X에서는 얘기가 달랐지만). 물론 큰 데이터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돌리거나 높은 그래픽 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한다면 ‘해당 프로그램‘의 속도는 다르겠지만요. 이런 이유로 일반 맥 유저들은 OS X의 인터페이스 개선과 하드웨어 외관 디자인의 변화에 더 주목하지, CPU의 클럭 숫자에는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PowerPC칩을 사용할 당시 애플사가 사용자들에게 주장했던 Megahertz Myth의 영향도 한몫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통적으로 매킨토시 사용자들은 뛰어난 성능의 맥보다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진 맥에 더 환호하고 지지를 보냈습니다. 외관상의 큰 변화가 없이 Napa(Core Duo)에서 Santa Rosa(Core 2 Duo)로 메인보드 플랫폼이 바뀌어도, 맥 유저들은 크게 새로 구입할 욕구를 느끼진 않습니다. 다만 여러 루머사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소문들을 듣고, 다음 개선판을 기다립니다. 두마리 토끼, 즉 ‘성능‘과 ‘디자인‘의 개선이 이루어진 맥을 구입하려는 영리한 소비자들인 것이죠.
이 영리한 맥유저들은 성탄절 시즌을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웅크리고 있으면서 다음해 1월이 오기만을 기다립니다. 루머사이트에서 들었던 ‘어떤 대단한 녀석‘에 관한 소문이 진짜인지 아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죠. 사실 맥월드를 기다리는 유저들은 이미 실루엣이 드러난 ‘대단한 녀석‘보다는 잡스가 꽁꽁 숨겨놓은 One More Thing을 더 간절히 원하긴 하지만 말이죠.
이번에 맥북 에어(MacBook Air)가 나온 뒤 여러 말이 무성합니다. 대부분은 환호·놀라움의 반응들이지만, 기대 이하라는 의견들도 많이 눈에 띕니다. 제게는 이런 의견들의 차이가 사용자들의 재정상황(a)·맥의 보유유무(b)·서브 노트북의 필요성(c) 등의 요인 때문에 많이 좌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들은 맥북 에어의 높은가격(a’)·ODD의 부재(b’)·낮은성능(c’)을 사용자 쪽에서 바라봤을 때의 요소들입니다.1 결국 맥을 만났을 때의 상황이 어떠느냐가 사실상 선호의 차이를 주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맥북 에어에 초연한 맥유저일지라도 점차 구입한 사람들의 사용기와 멋지게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면 귀가 솔깃해지고 눈이 즐거워집니다. 그리고 한번 구경만 해보자 하고 들른 체험센터에서는 결국 스티브 잡스의 강력한 현실 왜곡의 장(RDF:Reality Distortion Field)에 그대로 포획되고 맙니다.2 이 과정을 딱히 설명할 과학적인 근거는 없어 보입니다. 이건 체험으로 터득한, 무심한 맥 유저가 새로운 맥을 구입하게 되는 ‘정해진 수순‘이니까요. 참고로 많은 맥유저들은 새로운 맥이 출시되면 웹에 올라온 (아무리 잘 찍은)사진들보다 실물이 훨씬 낫다는 평을 하곤 합니다.
전혀 새로운 컨셉의 디자인은 마치 한약과도 같아서 처음에는 쓰게 느껴지지만, 결국 그게 몸에 좋다고 자기 암시를 걸게 됩니다. 비록 한두가지 ‘중대한’ 결점을 이유로 반대를 했더라도, 더 많은 수의 ‘사소한’ 필요를 이유로 구입하게 되는 겁니다. 이 견물생심의 교훈은 21세기에 더 생생하게 다가오네요. 아무래도 이미지들의 현란한 축제 때문인 듯합니다. 그저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없어요. :)
1 ODD가 없더라도 Remote Disc라는 기술이 있어서 맥이 아닌 PC가 있더라도 디스크를 사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맥북 에어 구매자들은 애플제 전용 수퍼드라이브를 구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2 저는 ThinkPad T42가 있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
- 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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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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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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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그나저나, 현실 외곡의 장은 위키피디아에도 등록되어있을 정도로군요!!! 2008.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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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엡
만약 가격만 싸다고 하면 많이 팔릴 것 같은데....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덧쓰기.
그래도 현실 왜곡의 장은 어쩔 수가 없어요...ㅠㅠ 맥북 에어.... 2008. 0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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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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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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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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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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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e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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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