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체와 서울한강체 그 사이...

2008. 07. 18.

RSS를 둘러보다, 서울시에서 글꼴을 무료로 배포한다는 글을 여러 개 읽었습니다. 이름하여 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 다운받아서 글꼴 폴더에 넣어놓고 몇글자 입력해보니, 제가 주로 쓰는 작은 글꼴 크기(본문용)에서는 아주 예쁘게 나오는 거 같진 않네요. 하지만 크기를 키우고 종이로 출력해보면 볼만하다는 평가도 읽은 터라 나중에는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글꼴의 이름을 듣고 보니 예전에 많이 보고, 또 좋아하던 글꼴 두개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의 Mac OS X에서는 비록 빠져버렸지만, Mac OS 9(Classic) 또는 System 시절에는 매킨토시의 운영체제 기본 글꼴이 ‘서울체‘였습니다. 나중에는 ‘한강체‘도 추가하면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시스템 글꼴을 선택할 수 있었죠. 이때만 해도, 윈도우나 맥OS 양쪽 모두 ‘부드럽게 하기(Anti-aliasing)‘에 어울리는 예쁜 글꼴은 거의 없었던 시절이라 Bitmap글꼴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서울체는 ‘비전링크(통신프로그램)’ 제작자이신 김성종님이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Mac OS의 시스템 서체인 서울체와 한강체도 마찬가지로 비트맵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해상도가 낮은 CRT화면에서도 가독성이 높았고 선명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없다는 단점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Mac OS X에 와서는 새롭게 ‘애플고딕‘이 들어오게 되었죠(애플고딕도 최근에서야 모든 한글을 표현할 수 있게 되긴 했습니다. 개인적으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글꼴입니다.)

예전 Mac OS에서 서울체와 한강체는 Finder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아주 독특한 서체였습니다. 서울체는 이름처럼 도회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Mac OS 미니멀리즘의 철학과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한강체는 그에 비해 조금은 부드럽고 장평이 있어서 웹페이지용 글꼴로 설정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창 테두리나 애플메뉴, 폴더 등이 주로 2d로 표현되고 색상또한 회색톤일 때라 더 잘 어울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화려한 Aqua 인터페이스에서는 이런 비트맵 글꼴이 아주 어색할 겁니다. 생각해보니 이 두 글꼴로 인해 매킨토시 머신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윈도우 사용자들과는 다른 독특한 컴퓨팅 체험을 하게 했던 것도 같네요. 어느쪽이 우월하다는 의미가 아닌, 다르다는 의미에서요.

방금 제 블로그 표지 글자를 ‘서울한강체‘로 바꿔보니 퍽 마음에 듭니다. 예전의 좀 날카롭던 한겨레 결체보다 훨씬 부드럽고요. 그리고 왠지, ‘가즈랑‘이라고 불러줄 때 느껴지는 모음의 몽글몽글한 느낌과 또 ‘가즈랑집‘이란 시 속의 풍경도 담겨 있는 듯하네요. 이름이 비슷한 이 두 서체는 등장한 시기는 많이 다르지만, 닮은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기억을 가득 안겨줄 거 같습니다.

- 가즈랑

한강체와 서울한강체 그 사이... & 대화들

  1. 정말 잘 어울려요 :D 2008. 07. 18.
  2. polarnara // 정말 그렇죠? :) 2008. 07. 19.
  3. 작은 것에 대한 감상이 참 따스하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저도 새로운 글씨체의 \'가즈랑집\'이 더 멋드러져 보입니다. 2008. 07. 25.
  4. #

    나무피리

    아이코 오랜만에 덧글 달아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일에 대한 건 아직 조심스레 진행중이라.... ㅠㅠ 공개적으로 써주시기에 지금은 시기가 좀 이르지 않나 싶어요. 글 보고 눈치채신 분들도 꽤 있으시겠지만, 아직은 제가 확정지어 글을 올린게 아니라서요 ㅠㅠ

    그래서 올려주신 글은 비공개로 제가 다시 달아놓을게요. 지우진 않을 거에요. :)
    완전히 확정되면 그때 다시 글 올릴게요. 그때 축하 많이 많이 해주세요^^;;;

    +비공개덧글 체크버튼이 없네요^^;;;;아이고 난감해요^^ 2008. 08. 1.
  5. 에단 //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글꼴을 만나서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
    나무피리 // 너무 오랜만에 답글을 단 거 같지만(몸이 많이 안좋았어요), 답글을 그렇게 처리한 것은 괜찮습니다. 제가 너무 성급했던 거 같기도 하고...그런데 잘 풀리신 거 같아 보이니 다행입니다. 2008. 0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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