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Tuberculosis:TB)

2007. 05. 01.

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핵(Tuberculosis:TB)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뉴스를 탑니다. 지난주에는 부산 지역 학교에서 단체로 환자가 발견되었다는 보도도 있었고요. 자유님의 포스팅에서 가슴사진을 촬영한 X-ray사진을 보니 부러움 반, 아픈 기억 반이 떠올라 적어봅니다.

자유님이 찍은 것과 같은 X-ray사진을 저도 방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왼쪽 가슴 윗부분에 작은 터널모양이 있죠. 5년전에 앓았던 병의 흔적입니다. 이제 막 병장을 달았던 그때 저는 감기에 걸린 줄 알았지만 사실은 결핵을 앓고 있었습니다. 좀처럼 휴식할 틈이 없던 상황기록병이라는 보직과, 쉬는 날 없는 2교대의 스케쥴, 공군임에도 신선한 공기라고는 마실 수 없었던 지하 벙커 생활 등이 2년여 계속되다 보니, 저항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성남의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한달여 교육과 치료를 받으면서 꿀맛같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머지 5개월 동안은 통원하면서 총 6개월 동안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부대복귀 후에는 부서의 배려로 탁트인 활주로 옆 사무실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게 생각나네요.

결핵은 그 치료의 어려움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른 아침 공복 상태에서 3-4종의 치료약을 6개월간(혹은 그 이상) 계속해서 먹어야만 치료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나, 에탐프톨, 리팜핀, 피라지나마이드를 처방받았습니다. 약들마다 부작용도 나타나기 때문에 굳은 치료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금새 각혈 증상이 사라지고 상태가 좋아집니다. 사람들이 치료를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기 맘대로 약을 끊는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거르게 되면, 결핵균은 바로 저항력을 갖게 되어서 더 독하고 부작용이 있는 2차 치료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치료 기간도 12개월, 24개월로 늘어나고 당연히 환자 본인이 겪어야 할 마음과 몸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규칙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군생활이 아니었다면 과연 치료가 수월했을지 저는 지금도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군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제가 있던 8인 병실에서 저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2차 치료로 넘어간 것을 보면 본인의 의지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점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후진국병‘이라고 해서 결핵 치료를 쉽게 생각하고 교육 및 예방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휴식없이 몸을 혹사시키는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특히 무리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여성분들의 경우 가장 취약한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핵에 걸린 여인을 미인이라고 말해던 때도 있다고 하죠.(실제로 얼굴이 하예지긴 합니다. 체중도 많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런 말과 맞바꾸기에 이 병은 너무 무섭습니다.

겪어봐야 고마움을 안다고 했던가요.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저는 이 병의 원인을 발견한 Dr. Koch와 결핵 치료에 힘쓰시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전 WHO 사무총장 이종욱 박사님께 진정으로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분들은 노고로,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종 결핵과 맞설 백신 연구에 매진중인 모든 의학자들, 현장에서 환자들과 치료를 함께하고 있는 의사분들의 수고도 사람들은 잊지 않을 것입니다.

좀더 결핵에 대해 잘 알고 싶으시다면, 대한결핵협회에 방문해보세요. 그리고 올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씰을 구입하시면 어떨는지요. ^^;

- 가즈랑

결핵(Tuberculosis:TB) & 대화들

  1. 별 생각없이 가슴사진을 올렸다가 유쾌하지 못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드렸네요.
    우리나라가 유독 결핵이 창궐하다시피 하고 있는 곳이랍니다. 워낙에 예전에 걸린 분들도 많이 계시고,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문화 때문에 조부모가 아이들을 봐주는 경우가 생기다보니 알게 모르게 전염을 시키고, 또 알게 모르게 약하게 앓고 넘어가기도 하고요.
    병원에서도 정말 결핵환자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 :) 2007. 05. 3.
  2. 군에 있을때 큰일을 치루셨군요. 사회생활 시작하기 전에 완치를 하셔서 정말 큰 다행입니다. 저도 주변에 작년 한해 동안 결핵에 걸린 분들이 2분이나 있어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걱정스럽습니다. 2007. 05. 4.
  3. #

    가즈랑

    자유님 사진으로 인해 유쾌하지 못한 기억이 떠오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죠. 예방이 중요한 병이라고 생각되어서 이렇게 적어봤을 뿐입니다. 그리고 병에 걸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데도, 쉬쉬하는 사회분위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 한국에 유난히 보균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자유님의 활약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 2007. 05. 4.
  4. #

    가즈랑

    네. 이렇게 치료하고 나온 것이 정말 다행이죠. 병을 앓으면서 크게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돌아보는 기회도 가졌고요.

    전염이 강하고 치료가 쉽지 않은 질병이라 한동안은 근절되긴 힘들 거라 생각이 됩니다. 잘 먹고, 잘 쉬는 일이 중요합니다. 2007. 05. 4.
  5. 제가 들은 바로는 치료약제와 치료방법이 확립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어려워 보이는 이유가 바로 긴 치료기간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통 4제요법 2개월 후 3제요법 4개월, 총 6개월 치료를 생각하고, 경우에 따라서 9개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만, 보통의 경우 결핵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증상이 꽤 신속하게 호전되므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것이 환자에게 귀찮아질 수 있게되어 자의로 복용 중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결핵균이라는 녀석은 천천히 자라기로 유명합니다. 괜찮은 듯 하다가도 몰래 자라버려서 다시 병을 일으키는 수가 있기 때문에 초기 발견 시 굳은 의지로 치료를 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는 것은 거의 없지만, 들은 바를 적어봤습니다. :) 2007. 05. 4.
  6. #

    가즈랑

    제가 받은 게 6개월 치료였네요. 2개월 후에 약 하나를 줄였으니까요. 이렇게 들으니 생각이 납니다. :) 그리고 결핵균 정말 안 죽고 저항력 강하다는 얘기도 들었었구요.

    이렇게 들러서 상세한 정보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2007. 0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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